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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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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참꽃o(@odltmfkdpf)2014-06-26 11:45:12

초하의 계절이다.
흰 구름은 언제나처럼 두둥실 떠다니고 산풍에는 때마침 핀 꽃향기가 배어있다.
눈으로 보이는 모든 형상도 예전과 다르지 않고 하루 일상도 변함없이
다들 잘 꾸려나가고 나가는 눈치인데 봄내 자꾸만 마음 안에서
슬픔이 꾸역거리며 치밀어 올랐다.
유월은 하얗게 핀 망초 꽃의 아름다움이 절정인 때다.
간혹 분홍빛 개망초 꽃도 보이나 흰 꽃이 훨씬 많다.
저 혼자만 핀다면 그다지 돋보이지 않았을 것인데 날로 짙어가는
녹음 덕분에 무더기로 핀 망초 꽃은 조붓한 청초함과
청순함이 느껴져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망초라는 이름의 유래는 결코 매력적이지 못하다.
이 잡초는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구한말 개항 이후 철도공사용 철도 침목에 묻어와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하며 이상한 풀이 전국에 퍼지자,
'나라가 망할 때 돋아난 풀'이라 해 '망국초'
또는 '망초'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일부로 밟아도, 무심코 밟혀도 자라고 또 자라니 생명력도 대단하다.
나라를 망하게 했다는 억울한 말을 듣던 잡초 중의 잡초지만
나라를 망하게 했다는 억울한 말을 듣던 잡초 중의 잡초지만
요즘 우리나라 전역은 곳곳마다 망초 꽃이 피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또한, 꽃 향도 제법 은은해 고즈넉한 들길을
혼자 걷더라도 덕분에 절대 외롭지 않다.
나는 망초 꽃을 보면서 6.25 전쟁세대인 시인이 쓴 시를 생각했다.
그의 시는 피난길에 보았던 찔레꽃이 필 때면 고향을 회상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찔레꽃은 5월이면 이미 져버리는 조급함을 보인다.
간혹 고지대 기온이 낮고 응달진 곳에 몇 송이쯤은 남아있지만
6 월의 야생화는 단연코 망초 꽃이 으뜸이다.
농부로부터 '망할 놈의 풀' 이라는 말을 무수히 듣고도
굳건히 자라온 망초를 보면서 잡초가 존재하는 숨은 뜻을 다시 생각해 본다.
잡초는 땅의 영양소와 수분을 뺏어가는 존재만이 아니고 어떤 면에서는
재배식물의 생육을 돋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단다.
그런데도 구박만을 받은 채 전국에 터전을 만들어 지금까지 살아왔으니
잡초나 사람이나 밟힐수록 꿈틀한다는 말이 더욱 실감이 났다.
각종 매스컴은 지금도 두 달 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황망하기 그지없는 대형사고인
세월호 사건에 연루된 범죄자들에 대해 말만 끊임없이 들려주고 있다.
귀에 딱지가 않다 못해 굳은살이 박여 이제는
귀가 멍해 정작 들을 소리도 못 들을 지경이다.
이 나라와 화해하지 못한 사망자 가족의 가슴에 박힌 대못의 상처는 곪고 곪아
피고름이 흐르고 있을 터인데 나의 망각기능은
왜 이리 활발한 활동을 하는지 자꾸만 그들을 잊으려고 하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후, 정부는 호들갑스럽게도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조치와 규제로
오히려 거듭되는 불경기에 더욱 불을 지폈다.
무수한 사후약방문도 지어냈지만, 도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인지 실감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
남실바람에 나부끼는 망초 꽃이 가는 곳마다 많았다.
들녘에도, 집 근처에도, 그리고 돌 틈 사이에도
단 한 줌의 흙만 있어도 자라고 있었다.
억울하게 죽은 이의 넋이, 잡초처럼 살다간 영혼이 꽃으로
환생한 듯 보이는데 꽃말인 화해는 이 사회의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질 않았다.
/한옥자 수필가·한국예총 '예술세계' 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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